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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노하우-6(언어와 여행)

명랑한 모험가 2006. 4. 17. 20:27
 

언어와 여행: 여행을 위한 자료 분석과 지도 활용



  2001년 겨울방학 때였다. 나는 홀로 뉴질랜드 답사를 떠났다. 오클랜드 유스호스텔에서 몇 일간 지냈다. 보통 4명을 위한 룸이 싸고 재미있지만, 논문을 쓰기 위해 카메라와 노트북PC 등 고가장비가 많아 보다 안전한 트윈룸에서 보냈다. 첫 날은 벨기에 사무원과 함께 보냈다. 다음 날부터 3일 간 일본인 노인과 함께 한 방을 쓰게 되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그 노인은 혼자 여행을 다니고 있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영어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Yes, No, Please, Thanks, Good, Bye 정도였다. 하지만 모르는 영어단어를 사전을 찾아가며 그 의미를 파악하여 기차시간표, 버스시간표, 호텔 가격 등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 일본인은 놀랍게도 언어의 장벽을 넘고 여행을 무사히 보내고 있었다.


  뉴질랜드의 경우 특히 관광안내소의 기능과 능력은 탁월하고 일본어로도 안내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고 여겼지만,  그 일본 노인의 세밀한 여행자료 분석이 중요한 성공요인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각종 교통 시간표와 숙박업소의 가격 및 주소 등을 관광 안내소에서 제공받고 숙소에 와서 철저하게 분석하고는 밑줄을 그어 다시 일본어가 통하는 관광안내소에 가서 그대로 예약을 하여 여행 일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예약한 각종 바우처(voucher)를 들고 목적지에 가면 이미 중요한 거래를 관광안내센터에서 했기에 눈치만으로도 여행이 충분히 가능해 진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각 지방자치 단체에서 무료 관광안내지도를 만들고 예쁜 아가씨를 관광안내소 부스에 배치시켜 지방세 수익에도 한 몫을 하는가 보다. 이미 서구 관광국가에서는 10년 전부터 있던 일이었고 형식적이지 않기 때문에 보통 관광안내원들은 그 지방의 노인들이다. 따라서 젊은 아가씨보다 훨씬 지리사정이 밝아 안내를 풍부하게 할 수 있고 고향에 대한 애착심도 강하여 더 좋은 효과를 보여주는 것 같다.

  특히, 뉴질랜드에는 친절한 현지 노인들이 책임감을 갖고 즐거운 마음으로 안내하며, 대도시에는 일본어와 독일어 등으로도 안내를 하고 있다. Dunedin에서는 한국인 안내원도 있어 무척 반갑고 고마웠다. 같은 동포라 그런지 좋은 지도도 하나 주었다. 


  지난 달 나는 중국 베이징에 혼자 여행을 무사히 다녀왔다. 사실 나는 중국어를 거의 모른다. 다만 작년부터 중국어 회화 공부를 조금은 하였지만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하지는 않았고 설사 외운 중국어는 발음이 엉터리라 중국인들은 나의 중국어를 이해하지도 못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어떻게 10일 동안 중국 여행을 무사히 다녀 올 수 있었을까? 위에 소개한 일본 할아버지처럼 여행자료 수집을 하여 준비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필요했다. 하지만 중국의 관광안내시스템은 아직 초보적이라 무료로 제공되는 지도 한 장 없다. 그래서 큰 서점으로 향했다. 중국교통시간표 책이랑, 각종 지도들을 구입하였다. 특히, 수첩처럼 생긴 베이징 안내도가 나에게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었다. 지하철은 아무 말 없이도 이용이 가능하였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절차이고 지하철 노선이 1-2-3처럼 단순하여 매우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외국인에게 버스 타기는 좀 어렵다. 가는 목적지를 말해야 하니......그래도 버스타기에 도전을 하였다. 목적지를 지도에 체크해서 버스 정류소에 있는 젊은이에게 접근하여 손가락으로 표시하면 버스 번호를 지칭해 준다. 그리고는 그 사람이 말해주는 중국어 발음을 기억하여 버스 안내원에게 말하고 돈을 5위엔 쯤 낸다. 아무리 먼 거리도 3위엔은 잘 넘지 않으니......어차피 외국인은 해외에선 모자라는 수상한 사람으로 취급된다. 그러니 좀 어리한 체를 하면 내릴 곳도 일러 준다.


  택시 타기는 좀더 쉽다. 시푸(driver), 워 야오(I want)로 시작하고 지도를 보여주며 체크한 한 지점을 지칭하면 된다. 그리고나서 나침반으로 도대체 방향은 맞게 가는 지를 주시하면 된다. 지난 해 나는 북경에서 택시를 탔는데 목적지와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을 나의 나침반으로 확인하고 내려 지하철로 갈아 탄 경우도 있었듯이......


  중국인들은 생각보다 일본인을 싫어한다. 따라서 때때로 일본인으로 오해받아 불친절한 대접을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상하이에서 한 청년은 한국인임을 밝혀가면서 여행하라는 조언을 하였다. 그래서 한국책을 하나 준비하였다가 거래할 때마다 한국책을 보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된다. 아니면 한글이 있는 옷을 입고 다닌다든지......


  물론 나의 영어수준은 호주-뉴질랜드에서 1년 반을 살아 여행영어는 가능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중국에서 영어는 의외로 잘 통하지 않는다. 대학촌이나 세련된 젊은이들이 모인 곳에서나 가능한 일이지만 그것도 안심할 수는 없다. 중국에서 보람 있고 즐거운 여행을 하려면 기초적인 여행 중국어라도 알고 가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